2006. 10. 22. 00:16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가 다 해져 이불에 긁히는 소리가 나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는데,
한밤 중 자다 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아니 어머니~~~,
당신의 희생을 딛고 살아가는 이 못난 자식,
어머니 죄송합니다.


-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윤영무저 / 명진 출판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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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