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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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 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니까 당장 특권계급의 전유물이란 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늦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해 로스쿨 교육비가 의학전문 대학원과 비슷한 2천만~3천만원이라고 하니 서민의 자녀들은 언감생심 들어가기 어려운 교육기관임에는 분명하다. 9천만원의 학자금을 융자해 주므로 학비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한가한 소리마저 들린다. 높은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법률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것 아닌가? 이는 돈 없으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고비용의 법률유통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변호사 등 법률업자는 선택된 소수정예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법시험 합격=판검사 임용’, ‘변호사 자격 취득=출세’라는 발상이 쉽게 자리를 잡았다. 법률업자 양성 시스템은 어려운 시험 과정을 거쳐 선발된 소수에게 자격증을 줘 왔으므로 몸값이 자연히 올라가며 그 부담이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었다. 로스쿨 또한 진입 장벽을 당장 해소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적잖은 대학들이 로스쿨을 신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소득, 웬만한 지위가 보장되는 법률업자를 양성함으로써 고액의 수업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이 지연되는 동안 대학들이 집요하게 수천억원의 투자비용을 날리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던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런 돈을 들여도 대학에 남는 장사란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은 사회지도층을 배출한다는 위세를 더욱 누리게 될 것이고 일류대병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시장의 확장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진 자만이 법률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고 법률업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면 양극화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이 비싼 학비로 인해
특권층 전유물로 전락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더욱 촉진
방통대에 두면 가난한 사람도 갈 수 있어
‘진입문 확장 서비스료 인하’가 갈길

이제 고비용 법률구조를 일거에 날릴 수 있는 대안을 내놓겠다. 국립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것이다. 초첨단 정보통신기술(IT)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사이버교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십년 축적된 국립 방송대학교의 경험은 무리 없이 로스쿨 운용을 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법률업자가 될 수 있는 진입 통로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이 설치된다면 굳이 억대의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법률업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가난한 자의 로스쿨과 부자의 로스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에 장점이 분명 있음에도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서민들은 바라볼 수 없는 그림의 떡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법치에 대한 신뢰는 더욱 상실될 것이다. 방송통신대학교의 로스쿨은 정부와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더는 온 나라가 법률업자 집단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고,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논란은 없어져야 한다. 문은 더욱 넓게 개방되고 가격은 더욱 인하돼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 사회의 방향이다.

위택환 국정홍보처 사무관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221283.html

Posted by zmaster